
삼성증권이 8월 5일 내놓은 글로벌 테마 리포트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양자컴퓨터가 금융·디지털자산을 지탱하는 암호체계를 흔들 수 있고, 그 대응은 양자컴퓨터를 사는 게 아니라 기존 암호를 양자내성암호(PQC)로 바꾸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돈이 먼저 흐를 곳으로 지갑·수탁·결제망 같은 보안 인프라를 지목하며 관심 종목으로 BTQ 테크놀로지스(BTQ US)를 제시했습니다.
끝까지 보면 이 테마의 구조와 함께, BTQ가 왜 '고위험·고옵션' 종목으로 분류되는지 구분해서 볼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왜 금융의 문제인가
은행·증권·결제·수탁 시스템은 거래 상대방 확인, 데이터 암호화, 전자서명에 모두 암호기술을 씁니다. 문제는 이 신뢰의 토대인 공개키 암호가 양자컴퓨터 앞에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hor 알고리즘은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에서 RSA·ECC 기반 공개키 암호를 무력화할 수 있어, 금융권 인증서·전자서명·결제 메시지 보호 전반이 위협에 노출됩니다. Grover 알고리즘은 대칭키·해시의 보안 강도를 낮춰, 256비트 키의 실질 강도를 약 128비트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더 현실적인 위험은 '지금 훔쳐서 나중에 푼다(HNDL, Harvest Now-Decrypt Later)'입니다. 공격자가 현재 암호화된 데이터를 미리 확보해 두었다가, 훗날 암호 해독이 가능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그때 복호화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Q-Day'는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이 아니라,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게 리포트의 표현입니다.
특히 블록체인은 개인키와 전자서명이 곧 자산 이동 권한이기 때문에 위협이 더 직접적입니다. 은행은 이상 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지만, 블록체인은 유효한 키로 만든 서명을 정상 거래로 처리하므로 키 탈취가 곧 자산 유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응의 중심은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PQC 전환
대응 방향은 '양자에도 안전한 암호'로 갈아타는 것입니다. PQC는 기존 컴퓨터와 네트워크에서 그대로 돌아가면서도 양자 공격에 견디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입니다.
이미 정책·실행 단계로 넘어왔습니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첫 표준으로 ML-KEM(FIPS 203), ML-DSA(FIPS 204), SLH-DSA(FIPS 205)를 확정했습니다. 미국은 행정명령(EO 14412)을 통해 고가치·고영향 시스템의 키 설정을 2030년 말까지, 전자서명을 2031년 말까지 PQC로 전환하도록 일정을 제시했다고 삼성증권은 정리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금융권용 quantum-readiness 로드맵을 내놨고, 국내에서도 과기정통부가 2026년 통신·금융 등으로 시범전환을 넓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물리 법칙에 기반한 양자키분배(QKD)라는 기술도 있지만, 전용 장비와 광섬유·위성 같은 물리망이 필요해 단기 전환의 중심은 기존 시스템에 바로 얹을 수 있는 PQC가 될 것이라는 게 리포트의 판단입니다.
돈이 먼저 흐를 곳: 보안 인프라
양자보안 전환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느 시스템에서 어떤 암호가 쓰이는지 목록화(암호자산 인벤토리)하고,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게 설계(crypto-agility)하며, 기존 암호와 PQC를 병행(hybrid cryptography)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삼성증권은 초기 투자 포인트를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보다 '기존 인프라를 양자내성 구조로 바꾸는 보안 계층'에 있다고 봤습니다. 전통 금융에서는 결제망·인증서·HSM·API·데이터센터가, 블록체인에서는 지갑 서명·커스터디·MPC·브리지·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이 핵심 영역으로 꼽힙니다.
삼성증권이 꼽은 BTQ 테크놀로지스
BTQ는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양자보안 인프라 기업으로 나스닥(NASDAQ GM)에 상장돼 있습니다. 일반 기업 보안을 폭넓게 다루는 경쟁사와 달리, 지갑·커스터디·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 네트워크 등 디지털자산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입니다.
제품군은 양자내성 암호를 빠르게 처리하는 보안칩 QCIM, 서명 크기·검증 부담을 줄이는 PQScale, 스테이블코인·토큰화예금 발행·상환을 보호하는 QSSN,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장기 전환을 겨냥한 Bitcoin Quantum 등으로 구성됩니다. 국내 코스닥 상장사 아이티센글로벌과 PQC·양자보안 인프라 구축 MOU를 맺었고, 보안칩은 ICTK, 서명 기술은 대만 훙하이(Hon Hai) 연구소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BTQ의 현재주가를 4.0 캐나다달러, 블룸버그 평균 목표주가를 6.0 캐나다달러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는 삼성증권의 목표주가가 아니라 시장 컨센서스이며, 리포트도 별도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BTQ 현재주가 vs 블룸버그 평균 목표주가 (자료: Bloomberg·삼성증권)
그러나 '고위험·고옵션' 종목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리포트 스스로 BTQ를 선도기업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보안 전환에 선제적으로 포지셔닝한 초기 기술기업'으로 규정했습니다.
재무를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고, 연간 순손실은 2024년 약 608만 캐나다달러에서 2025년 약 2,461만 캐나다달러로 커졌습니다. 3월 말 현금은 1,213만 캐나다달러로 2025년 말 2,094만 캐나다달러에서 줄었고, 회사는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을 공시했습니다. 반복 매출 기반이 아직 없는 만큼 추가 자금조달과 주식 희석 가능성도 점검 대상입니다.

BTQ 매출과 순손실 추이 (자료: 삼성증권)
결국 관전 포인트는 지금의 연구개발·PoC가 실제 지갑·커스터디·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같은 유료 고객 확보와 반복 매출로 이어지는지입니다. 리스크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지연, 기존 대형 보안기업의 시장 선점, 국제표준 미채택, 고객사의 PQC 도입 지연이 제시됐습니다. 과거 신기술 테마가 정책 기대만으로 먼저 오른 뒤 실적 확인 국면에서 변동성이 컸던 사례를 떠올려 보면, 테마의 방향성과 개별 기업의 상업화는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BTQ 수익률과 나스닥 대비 (자료: Bloomberg·삼성증권)
자주 묻는 질문(FAQ)
Q.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지금 사도 되나요?
테마의 방향성과 개별 종목의 실적은 별개입니다. BTQ처럼 매출이 아직 미미하고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공시된 초기 기업은 정책·기술 기대가 선반영되기 쉬워 변동성이 큽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 판단으로 직결하기보다 상업화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접근하는 것이 리포트의 취지에 가깝습니다.
Q. PQC 전환은 언제쯤 본격화되나요?
미국 행정명령은 핵심 시스템 전자서명을 2031년 말까지 PQC로 전환하도록 제시했습니다. 다만 표준 확정이 곧 전환 완료를 뜻하지는 않으며, 성능·호환성 검증을 거친 단계적 전환이라 수년에 걸친 과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정리하며
이번 리포트의 핵심은 '양자컴퓨터를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존 금융 암호를 PQC로 바꾸는 이야기'입니다. 초기 수요는 보안 인프라에서 먼저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BTQ는 그 흐름에 베팅한 초기 기업입니다. 다음에 확인할 지표는 NIST·미국 행정명령의 전환 일정, 그리고 BTQ의 유료 고객·반복 매출 전환 여부입니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추정치는 증권사·시장 전망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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