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U와 HBM 다음으로 돈이 몰리는 곳은 데이터를 쌓아두는 '창고'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6월 24일 IT 하드웨어 산업 리포트에서 AI 인프라의 다음 병목으로 스토리지를 지목하고, HDD 과점 수혜주로 웨스턴디지털(WDC)을 Top Pick으로 제시했습니다.
끝까지 읽으면 왜 지금 HDD와 낸드가 동시에 품귀인지, 그리고 컨센서스 목표주가가 현재가보다 낮은 이 종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리됩니다.
GPU 다음 병목이 '저장'으로 넘어간 이유
AI 데이터센터의 1차 병목은 GPU와 HBM이었습니다. 그런데 GPU를 확보해도 학습·추론 데이터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비싼 GPU가 놀게 됩니다.
리포트가 인용한 연구를 보면, 대규모 학습에서 평균 학습시간의 약 30%가 데이터 입력 파이프라인에 쓰이고, 일부 모델은 입출력(I/O)에 에포크 시간의 65~70%까지 소모됩니다. 연산보다 '데이터를 갖다 놓는 일'이 발목을 잡는다는 뜻입니다.
추론과 에이전트형 AI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상황은 더 심해졌습니다. 추론 로그, 벡터 데이터베이스, KV 캐시처럼 비정형 데이터가 쏟아지고, 이걸 저장·검색·재사용하는 계층이 새로운 원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빠른 작업은 SSD가, 대용량 장기 보관은 HDD가 맡는 구조입니다.
HDD, 속도가 아니라 '용량'의 싸움
HDD의 강점은 속도가 아니라 테라바이트당 비용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엑사바이트(EB)급 데이터를 가장 싸게 오래 보관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의 콜드·웜 데이터 계층을 책임집니다.
과거 HDD는 PC 수요에 좌우되는 사이클 산업이었습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빠지는 패턴이었죠. 이번 사이클은 결이 다릅니다. 출하량과 가격이 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실적이 이를 보여줍니다. 신한투자증권이 정리한 FY3Q26 기준 시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의 핵심 지표입니다.

시게이트·웨스턴디지털 FY3Q26 수익성 (자료: 회사 자료·신한투자증권)
웨스턴디지털은 매출총이익률 50.5%(전년比 +10.4%p), 시게이트는 47.0%(+10.8%p)를 기록했습니다. 출하용량도 각각 222EB, 199EB로 30%대 늘었는데 단가까지 올랐습니다. 공급이 넉넉했다면 동시에 나오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두 회사 모두 공장을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HAMR·ePMR·UltraSMR 같은 기술로 드라이브 한 대에 담는 용량을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같은 증설 → 공급과잉 → 가격 하락의 악순환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2026년 물량이 사실상 매진됐고, 일부 계약은 2029년까지 잡혀 있습니다.
SSD·낸드도 품귀, 가격이 말해주는 병목
고속 계층인 SSD 쪽도 이미 공급난입니다. 신한투자증권 집계로 CY1Q26 상위 5개 기업 기업용 SSD(eSSD) 매출은 전분기 대비 86.1% 늘었고, 같은 기간 상위 5개 낸드 공급사 매출도 83.7% 증가했습니다.
가격은 더 극적입니다. 낸드 고정가격이 연초 대비 크게 뛰면서 D램과의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낸드 vs D램 연초 대비 고정가 상승률 (자료: DRAMeXchange·신한투자증권)
리포트 기준 낸드 고정가는 연초 대비 320% 상승해, D램(DDR5)의 8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eSSD 계약가격도 분기 중 약 80% 올랐고, 6월 첫째 주 현물가 프리미엄이 고정가 대비 27%까지 벌어져 추가 상승 여지를 남겼습니다.
여기에 AI PC 변수가 더해집니다. 가트너 전망으로 AI PC 출하량은 2025년 7,779만 대에서 2026년 1억 4,311만 대로 늘고, 전체 PC 내 비중이 54.7%까지 올라갑니다. SSD 기본 용량이 512GB에서 1TB로만 올라가도 약 73EB의 낸드 수요가 추가로 생긴다는 계산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된 병목이 PC·엣지 기기로 번지는 그림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이 꼽은 Top Pick, 웨스턴디지털
리포트는 HDD 과점(웨스턴디지털 42%, 시게이트 41%, 도시바 17%) 구조의 핵심 수혜주로 웨스턴디지털을 제시했습니다. 시게이트가 HAMR 기술 선도형이라면, 웨스턴디지털은 ePMR·UltraSMR로 이미 50.5% 마진을 만들어낸 '안정적 고용량 전환형'이라는 평가입니다.
실적 전망 자체는 가파릅니다. 6월 결산 기준 컨센서스를 따라가 보면 흐름이 이렇습니다.

웨스턴디지털 연간 매출·영업이익률 전망 (자료: Factset 컨센서스·신한투자증권)
FY2026F 매출은 전환기 영향으로 소폭 줄지만, FY2027F·FY2028F로 가며 매출이 다시 두 자릿수로 늘고 영업이익률은 52%대까지 확대되는 그림입니다. 30%를 넘는 잉여현금흐름과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도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투자자가 같이 봐야 할 체크포인트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밸류에이션입니다. 6월 22일 종가 732.6달러 기준 LSEG 컨센서스 목표주가는 530.6달러로, 현재가가 컨센서스보다 오히려 27.6% 높습니다.
YTD 주가 상승률이 +325%에 달했고 12개월 선행 PER도 50배를 웃돕니다. 구조적 스토리지 수요라는 큰 그림과, 이미 많이 오른 주가 사이의 간극은 투자자가 직접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리포트도 HAMR 인증 일정 지연과 UltraSMR 채택 지속성을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정리하면,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① AI 병목이 GPU에서 저장장치로 옮겨가며 HDD·낸드가 동시에 품귀라는 점, ② 이게 기대가 아니라 출하량·가격·마진 실적으로 확인됐다는 점, ③ 다만 일부 종목은 주가가 이미 컨센서스를 넘어선 만큼 진입 가격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웨스턴디지털 FY4Q26 매출총이익률 51~52%)가 이 흐름의 지속성을 가늠할 첫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스토리지 #HDD공급부족 #낸드가격 #웨스턴디지털 #데이터센터 #메모리반도체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수치는 신한투자증권(2026.6.24) 및 컨센서스 자료를 인용·재가공한 것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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